실종된 여당1호 법안[기고/김하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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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 변호사
김하중 변호사
제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제1호 법안으로 상정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한 개혁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이른바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의회주의 선진국, 특히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유럽연합(EU)에서 활성화된 이 제도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기 전 국민이나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하고 분석해 입법 필요성을 점검해 보자는 취지다. 사전에 내용을 합리적으로 조율해 만들어진 법률도 막상 시행해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사후적 입법영향분석’을 통해 법률개정이나 대안법률을 새롭게 제정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입법영향분석은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입법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도 새로운 법률의 제정에 따른 과도한 행정규제가 국민과 기업들에 부담을 줄 우려 때문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 관련 부처들이 서로 협의하고 숙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 결과 정부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시급을 다투는 경우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률을 제정하는 이른바 ‘청부입법’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정부가 주도하는 법률의 제정이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의원입법’은 사전에 입법영향분석을 반드시 거치도록 강제되지 않는다. 법안이 수반하는 비용을 추산하는 소위 ‘비용추계’ 검토보고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하지만 입법 영향에 대한 예측이나 분석은 강제되지 않는다.

입법영향분석제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이러한 사항들이 충분히 고려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을 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법안보다 9배나 많은 의원 입법안들이 과연 관련 분야의 전문적 지식, 자료, 통계 등을 충분히 반영하고 예측해서 만들어지는지 의문이다.

19, 20대 국회에서도 ‘입법영향분석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법과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지만 모두 처리되지 않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추진단’까지 만들어 다시 제기한 ‘입법영향평가제도’ 역시 지난 연말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누락되었다. 일부 의원들은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의원들의 자유로운 입법을 제한하는 입법권 침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어떤 법률이 만들어지기 전 입법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하여 반영하는 것은 국민에게 더 좋은 법률을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일부 의원이나 일부 직역의 반대로 무한정 연기할 수는 없다.

김하중 변호사


#실종#여당#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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